마이너스 유가가 생긴 이유와 콘탱고, 롤오버의 이해
bearwoong
·2020. 4. 24. 07:15
마이너스 유가가 생긴 이유와 콘탱고, 롤오버의 이해
20년 4월 20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유가가 나왔다. 그것도 마이너스 1~2달러도 아니고 무려 마이너스 40.32 달러까지 내려갔다가 마이너스 37.63달러로 마감됐다. 마이너스 유가가 되면 주유소에 가서 돈을 받으면서 기름을 넣을 수 있는 걸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유가 선물거래는 보통 현물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사고 파는 것만 한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사태와 석유전쟁이 겹치면서 슈퍼 콘탱고 현상이 나타났고 5월물을 6월물로 롤오버하는 과정에서 마이너스 유가가 생기게 된 것이다. 즉 마이너스 유가를 이해하려면 선물, 현물 거래와 콘탱고, 롤오버가 무엇인지 이해야하여 한다.
선물 거래와 현물 거래의 이해
콘탱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물과 현물 거래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현물 거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거래이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고 바로 결재를 하는 것이나 주식 시장에서 일반 주식을 사는 것이 현물 거래의 예가 된다. 선물 거래는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거래를 하기로 미리 계약을 해놓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사과 농사를 하는 농부와 사과를 매장에 납품하는 업체가 사과를 인수할 날짜와 가격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있다. 현재는 3월이고 9월에 사과를 출하한다고 가정해본다. 농부도 업체도 9월에 사과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과 풍년이 나서 1000원이 될 수도 있고 사과 흉년이 돼서 3000원이 될 수도 있다. 1000원이 되면 농부에게 너무 손해이고, 3000원이 되면 업체에게 너무 손해이기 때문에 9월에 가격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2000원에 거래를 하기로 계약을 해놓는 것이다.
콘탱고의 이해
콘탱고는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것을 말한다. 즉 투자자들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 상품에 대해 현재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물 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다. 왜냐하면 석유와 같은 상품일 경우에는 보관하는 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고, 금융 상품일 경우 선물을 살 돈을 그대로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도 이자가 붙을테니 미래에 현물을 받을 때는 현재의 금액보다 많아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을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를 백워데이션이라고 한다.)
모든 선물거래에서 선물가격은 계약 만기가 다가올수록 현물가격에 가까워진다. 시장에 참여하는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효과적으로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즉 콘탱고 시장에서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에 맞게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현물가격 변동이 없었다고 가정할 때)
선물시장에서 계약 만기가 더 길수록 추측이 더 많이 개입된다. 투자자들이 현물 가격보다 선물 가격을 더 높게 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운송비나 보관비는 선물 가격을 높이는 일반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 또한 현물 가격이 시간이 흐르면서 하락하기보다는 상승할 것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미래의 상품 가격을 헷지한다.
또는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사고 팔면서 차익거래를 할 수도 있다. ‘선물연계 차익거래’라고 하는데 네이버 지식백과에 아래와 같이 설명이 나온다.
선물을 팔고 현물주식을 동시에 사서 무위험으로 차익을 남기는 거래기법으로서 선물만기일을 전후해 현선물 값이 비슷해지면 선물을 되사고 주식을 되파는 식으로 청산이 이뤄진다. 이 거래는 선물이 현물 KOSPI 200지수보다 비쌀 때(대개 1포인트 이상) 선물을 팔고 현물주식을 사는 매매기법으로서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선물만기일전까지 선물을 되사고 현물주식을 되팔아야 하는데 종종 트래킹 에러가 발생해 손해를 입기도 한다.
롤오버의 이해
롤 오버는 선물이나 옵션포지션 보유자가 만기가 도래하는 계약을 만기가 남아있는 다른 종목(원월물 등)으로 교체함으로써 사실상 포지션을 이월하는 것을 말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5월물 WTI를 예로들어 생각해보자. 5월물 WTI의 만기일은 4월 21일이었다. 선물 시장에서 원유 선물을 산 사람들은 보통 선물계약 만기일이 가까워지면 실수요자(실제로 원유를 사는 회사)에게 넘기거나 다음 월로 롤오버하게 된다. 즉, 5월물 WTI 선물을 현물로 실제로 받는 것이 아니라 6월 WTI 선물로 갈아타는 것이다. 5월물 WTI 10계약을 보유하고 있다면 5월물 만기일에 가까워졌을 때 5월물 WTI를 전량 매도하고 동시에 6월물 WTI 10계약을 매수하면 선물을 계속 보유하게 되는데 이런 방식으로 롤오버를 하는 것이다.
마이너스 유가
콘탱고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차근원물이 근월물보다 비싸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즉 근원물(위의 예시에서는 5월물 WTI)을 차근원물(위의 예시에서 6월물 WTI)로 롤오버를 하게되면 비용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수요 감소와 사우디와 러시아의 석유 전쟁으로 석유가 남아돌게 되면서 5월물 WTI 가격이 폭락하여 6월물 WTI 가격과 크게 벌어지는 슈퍼 콘탱고 현상이 나타났다. 5월물을 6월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롤오버 비용이 평소와는 비교도 안되게 높아지면서 마이너스 유가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